우리는 살아가면서 기쁨과 설렘뿐 아니라 슬픔, 화, 불안 같은 고통스러운 감정을 자주 경험합니다. 때로는 그런 감정을 없애고 싶거나, 애써 모른 척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을 억누르거나 회피하면 일시적인 안도감은 얻을 수 있어도,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는 더 커집니다. 입센의 희곡 「페르 귄트」에서 주인공은 근심 없는 영생을 얻고자 감정을 마비시키는 선택을 하지만, 결국 불행해지고 맙니다. 이 이야기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배제하거나 회피하는 전략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 감정을 대하는 세 가지 태도
1. 감정 회피: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 억압하거나 회피하는 전략으로서, 화가 났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거나, 불안하지만 애써 외면하는 태도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불편을 줄일 수 있으나, 감정이 사라지지 않고 마음속에 쌓여 장기적으로는 정서적 부담이 누적됩니다.
2. 감정 주도 행동: 감정이 촉발되자마자 충동적으로 반응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화를 폭언이나 폭력으로 표출하는 경우입니다. 이는 감정의 근본적 의미와는 무관하게 고통을 즉각적으로 해소하려는 것이며, 감정이 주는 본래의 메시지를 놓치게 만듭니다.
3. 감정 기반 행동: 감정을 회피하지도, 충동적으로 쏟아내지도 않고, 감정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인식하여 그 신호에 부합하는 행동을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시험을 앞두고 불안을 느낀다면 “준비해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그에 맞게 공부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 감정을 보듬는 과정
감정을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단계가 제안됩니다.
1. 알아차리기: 현재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구체적으로 알아차려 봅니다. “나는 화가 났어.” “나는 불안해.”라고 말입니다. 감정이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고, 습관적으로 감정을 무시·억압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감정을 잘 알아차리기는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며, 연습이 필요합니다.
2. 인정하기: 그 감정을 느낄 자격이 나에게 있음을 스스로 허락합니다.
3. 견디기(노출하기): 느껴지는 감정을 피하지 않고, 불편하지만 잠시 머무르며 감정을 경험합니다.
4. 메시지 파악하기: 감정이 전하는 목적과 가치를 구체화합니다. 예를 들어 슬픔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내 삶에서 빠져 있다는 메시지를 고통과 함께 내게 전해줍니다. 연인과 헤어졌을 때 느껴지는 슬픔은 이 사람이 나에게 중요한 사람이었구나, 혹은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것이 나에게 중요한 것이었구나, 라고 깨닫게 됩니다.
5. 메시지에 부합하는 행동하기: 감정이 전하는 메시지에 맞는 구체적 행동을 합니다. 너무 추울 때 불을 쬐는 상상으로 몸이 따뜻해지지 않는 것처럼 감정의 문제도 원하는 것을 깨닫고 다소 불편해도 행동해 보는 것이 현실의 변화를 이끕니다. 예를 들어 관계가 소중하다면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공정이 중요하다면 정당하게 요구합니다.
◼ 왜 감정을 보듬어야 할까요?
최근 연구에서는 위와 같이 감정을 보듬는 과정이 단순한 주관적 경험에 그치지 않고, 신경학적 변화와 직결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리버만(Lieberman) 등의 연구에 따르면, 고통스러운 경험과 감정을 기록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우울과 불안이 줄고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습니다. 뇌 영상 분석에서도 이러한 연습이 실제로 감정을 조절하는 뇌 부위를 활성화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즉, 감정을 마주하는 것이 단순한 기분 관리가 아니라 뇌와 삶 전체에 변화를 가져오는 길이라는 것입니다.
◼ 나의 가치와 연결하기
감정 속에는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숨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완벽해야 한다”는 왜곡된 신념은 자신을 힘들게 만들지만, 그 안에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감정을 탐색하면 내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알 수 있고, 그 가치를 실현하는 행동을 조금씩 늘려 갈 수 있습니다.
생각을 조금 다르게 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찾고 가치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면 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됩니다. 이에 관한 연구가 많이 축적되고 있으며,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 어떤 환경에 처했느냐에 따라 우리의 뇌의 변화는 노년기까지 이어진다고 합니다.
감정을 인정하고 가치와 연결하여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때로는 불편할 수 있지만, 불편함을 인정하고 한 걸음씩 걸어 나가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우리의 마음은 회복력을 키우고 삶은 더욱 균형을 찾게 될 것입니다.
※ 본 글은 「감정의 심리학」_최기홍(2022)의 내용을 참고하여 수정 작성되었습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지만, 감정을 잘못 이해하거나 왜곡된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오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감정의 지속 기간에 대한 오해
한 번 화가 나면 계속 화가 날 것 같고, 슬픔이 시작되면 빠져나올 수 없을 것처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감정은 실제로 오래 머무르지 않습니다. 아침에 기분이 좋았다가도, 뉴스·주식·지인과의 통화·주변 사건 등으로 금세 바뀌는 경험을 누구나 합니다. 감정은 일시적이며, 생각보다 훨씬 다룰 수 있는 대상입니다.
2. 감정 통제력에 대한 오해
‘내 감정을 허용하면 감당하지 못할 거야’라는 두려움 때문에 감정을 억누르려 하지만, 억압할수록 오히려 통제하기 어려워집니다. 순간의 화를 처리하지 않으면 쌓였다가 폭발하는 것처럼 감정은 회피할수록 통제력을 잃습니다. 감정은 피할 대상이 아니라, 적절히 인식하고 다루어야 안정됩니다.
3. 감정 이해에 대한 오해
“내 감정은 혼란스럽고 낯설다”는 생각은 감정을 충분히 다뤄본 경험이 부족해서 생깁니다. 분노·죄책감·두려움이 섞여 있을 때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모든 감정에는 이유와 기능이 있습니다. 스스로 “왜 이런 감정이 생겼는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가”를 탐색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4. 타인의 생각에 대한 오해
‘내 감정은 남들이 이해하지 못할 거야’라는 생각 때문에 감정을 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이 “별것도 아닌데 왜 그래?”라고 반응하면 감정이 무시당한 느낌을 받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타당화’, 즉 “그 상황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어”라는 공감입니다. 타인의 공감은 감정을 진정시키고 존중받는 경험을 줍니다.
5. 이성만 중요하다고 여기는 오해
‘모든 일은 논리적으로만 해결해야 한다’는 태도는 감정을 무시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성은 감정과 함께 작동할 때 균형을 이루며, 감정을 배제하면 오히려 합리적 판단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대학생 대상의 조사에서도 절반 이상이 “감정보다 이성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는데,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기감정 수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6. 죄책감·수치심에 대한 오해
어떤 감정을 느끼는 것을 약함이나 결함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잘못된 감정은 없습니다. 모든 감정은 생존과 적응에 도움이 되며, 문제는 감정을 못 느끼는 경우입니다. 감정을 경험할 때 중요한 것은 감정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이해하는 일입니다.
7. 감정 표현에 대한 오해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된다’, ‘감정을 표현하면 미숙해 보인다’는 생각도 흔합니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와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자기존중감을 지키고 사회적 관계를 건강하게 합니다.
8. 감정의 가치에 대한 오해
감정을 쓸모없는 것으로 여기는 태도도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은 생존과 적응에 필수적이고, 가족·관계·학업·일·신앙 등 우리 삶의 중요한 가치를 드러내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자기감정에 귀 기울이면 그 안에 담긴 중요한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 감정 오해가 생기는 이유
이러한 오해는 대체로 어린 시절부터 감정이 존중받지 못한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아이가 울 때 “별것 아니다, 그만해”라고 하거나, 친구가 속상하다고 할 때 “괜찮아, 다 그런 거야”라는 말은 의도와 달리 감정을 묵살하는 반응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경험이 반복되면, 감정은 존중받지 못하고 ‘내 감정은 틀렸다’는 인식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큰 충격을 받은 아이가 부모에게 털어놨을 때 “괜찮아, 별일 아니야”라는 반응을 들으면, 아이는 자신은 괜찮은 게 아닌데 부모는 이 문제를 괜찮다고 하기 때문에 혼란 빠집니다. 때로는 부모가 힘든 나머지 “너 때문에 내가 힘들다”라고 말하면, 아이는 자기 감정이 타인에게 해가 된다고 오해하게 됩니다. 이렇듯 감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쌓이면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다루는 힘을 잃게 됩니다.
반대로 “얼마나 속상했겠니, 힘들었겠다”라고 공감해줄 때 감정은 존중받고 치유됩니다.
◼ 감정을 다루는 첫걸음
자신이 우울하거나 불안하고, 공격적이 되거나 술에 의존한다면 감정을 억누른 결과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억압이 아니라 자기감정을 살피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스스로에게도 “그래, 속상할 만하다. 화날 만하다”라고 말해주는 공감이 큰 힘이 됩니다. 감정은 우리가 외면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삶을 이해하고 보듬게 해주는 소중한 신호입니다.
※ 본 글은 「감정의 심리학」_최기홍(2022)의 내용을 참고하여 수정 작성되었습니다.
◼ ‘불안’과 ‘두려움’은 생존하라는 메시지
불안과 두려움은 고통스럽지만,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감정입니다. ‘시각 절벽’ 실험에서 아기는 깊은 공간을 보고 엄마에게 다가가지 못했는데, 이는 본능적 두려움이 스스로를 보호하게 만드는 사례입니다. 우리가 어두운 길에서 경계하고, 상한 음식을 피하며, 아이를 혼자 두지 않는 행동 속에서도 두려움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려움의 메시지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나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 있다는 경고
둘째, 나와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지켜야 한다는 알림
이 과정에서 고통이 따르는데, 이는 상처가 통증을 통해 치료를 촉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다만 두려움이 지나치면 삶에 지장을 주어 불안장애나 공황장애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불안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직면하는 것’입니다. 두려운 상황을 피하면 단기적으로는 편안하지만, 결국 더 큰 불안이 쌓입니다. 반대로 고통스럽더라도 직면하면 점차 두려움은 줄고 상황을 다룰 수 있게 됩니다.
예컨대 발표를 두려워해 계속 회피하면 불안은 더 커지지만, 직접 발표를 해내면 불안은 점점 줄어듭니다. 심리치료에서도 내담자가 두려운 대상에 점진적으로 노출되면서 새로운 인식을 얻게 되듯이, 직면은 두려움을 다루는 가장 건강한 방법입니다.
◼ 두려움이 알려주는, 내게 소중한 가치
두려움 속에는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가 숨어 있습니다.
- 어두운 곳이 두려운 건 안전을 지키고 싶기 때문입니다.
- 거절이 두려운 건 상대와 관계를 맺고 싶은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 강연자가 떨리는 건 청중과 잘 소통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두려움은 단순히 피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내 삶의 중요한 가치를 드러내는 신호입니다.
두려움에 귀 기울이면 긍정적 감정으로 전환되기도 합니다. 아기가 낯선 상황에서 두려움을 느끼다 탐색을 통해 호기심을 갖는 것처럼, 우리도 두려움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려움은 때로 편견을 낳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조현병 환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사실과 다르게 그들을 위험한 존재로 낙인찍게 만듭니다. 실제로는 많은 환자가 피해자일 뿐, 폭력의 가해자가 될 확률은 일반인과 비슷합니다. 따라서 두려움이 보내는 메시지가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또, 불안은 “완벽하지 못하면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비롯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완벽하지 않아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불안의 메시지를 잘 해석하면, 불필요한 완벽주의에서 벗어나 오히려 더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 ‘불안’과 ‘두려움’ 바로보기
불안과 두려움은 우리를 괴롭히는 감정이 아니라, 생존과 자기 가치를 지키라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지나치게 회피하면 불안은 커지고,
직면하면 두려움은 점점 줄고,
그 속에서 진짜 소중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두려움은 피해야 할 적이 아니라,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알려주는 친구입니다. 두려움을 이해하고 마주할 때, 고통은 줄어들고 오히려 성취와 즐거움이 찾아옵니다.
※ 본 글은 「감정의 심리학」_최기홍(2022)의 내용을 참고하여 수정 작성되었습니다.
◼ ‘화’는 불공평함을 알리는 메시지
우리는 일상에서 자주 화를 경험합니다. 팀 활동에서 누군가 기여하지 않고 이득만 얻을 때, 혹은 내가 무시당할 때 강한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이처럼 화는 나의 권리와 가치가 무시되었음을 알리는 정당한 감정 반응입니다.
영장류 연구자 브로스넌과 드왈 박사의 실험에서도 이런 사실이 드러납니다. 두 원숭이를 각각의 우리에, 그렇지만 서로 바라볼 수 있게 두고, ‘포도와 오이’라는 서로 다른 보상을 주자, 더 불리한 대우(오이)를 받은 원숭이는 우리를 흔들고 음식을 던지며 강하게 분노했습니다. 동일하게 오이를 줬더라면 그냥 받아먹었겠지만, “나만 차별받는다”는 상황에서 화가 폭발한 것입니다.
결국 화는 불공평·부당함을 감지하고, 이를 변화시키라고 나 자신에게 보내는 신호입니다. “나도 존중받고 싶다”, “내 목소리를 들어 달라”는 외침이 바로 화의 본질적 메시지입니다.
◼ ‘화’는 자기존중감을 지키라는 메시지
화는 단순히 불편한 감정이 아니라 자기존중감을 보호하려는 강력한 장치입니다. 중요한 관계에서 내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 직장에서 열심히 쌓아온 자격이 무시될 때, 화는 “스스로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알려줍니다.
심리학자 마크 리어리의 ‘사회계기판이론’에 따르면, 자기존중감은 사회적 소속감과 밀접히 연결됩니다. 상처받은 자기존중감은 슬픔을 통해 내면을 성찰하기도 하지만, 화를 통해 외부에 부당함을 알리고 환경을 바꾸려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흔히 화를 억누르며, 그 결과 자기존중감 회복의 기회를 놓치곤 합니다.
학대 경험을 가진 이들 중 일부는 “괜찮아, 내 잘못이야”라며 화를 억압하고 스스로를 자책합니다. 그러나 화를 억누르면 수치심과 우울감이 깊어지며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오히려 정당한 분노를 인식하고, 사회적 차원에서 불합리함에 맞서 목소리를 내야 자기존중감이 회복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화는 단순한 공격적 충동이 아니라, 나의 권리를 되찾으라는 신호입니다.
◼ ‘화’의 긍정적 작용
많은 사람이 “화를 내면 사회적으로 불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연구 결과는 의외의 결론을 보여줍니다. 스탠퍼드대 라리사 티덴스 교수의 실험에 따르면, 탄핵 소추된 클린턴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분노를 표출하며 부당함을 항변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오히려 그에게 더 우호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비슷한 연구에서도, 화를 잘 표현하는 사람이 더 유능하고 권리를 주장할 만한 인물로 여겨졌습니다.
또한 카시노브 박사의 연구에서는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그때 화를 낸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화가 단순히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상황을 개선하고 자기 목소리를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임을 보여줍니다.
사회적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촛불집회처럼 많은 시민이 ‘건설적인 분노’를 모아냈을 때, 사회 변화를 이끌어낸 사례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화를 적절히 표현하면 상대는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잘못을 돌아볼 기회를 가집니다. 반대로 마음속 화를 억누르고 웃어넘기면, 상대는 불공정함을 알지 못한 채 상황은 변하지 않습니다.
다만 화를 쌓아두었다가 갑자기 폭발하면 관계는 쉽게 파괴됩니다. 또한 억눌린 화는 신체에도 영향을 주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화는 ‘때와 방식’을 잘 선택해 표현할 때 약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독이 됩니다.
◼ ‘화’를 보듬는 열 가지 방법 (미국의 종합병원 메이오 클리닉 제안)
1. 말하기 전에 생각하기 : 화난 상태에서 말하면 나중에 후회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를 먼저 자각하고, 머릿속에 드는 생각들을 정리해보는 게 우선 필요합니다.
2. 차분해진 뒤 표현하기 : 자기감정을 알아차리고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된 다음에 내 생각을 분명히 표현합니다. 단 비난이 아니라 내 감정과 요구를 분명히 전달하도록 합니다.
3. 운동하기 : 신체활동은 나를 화나게 하는 스트레스 상황을 다룰 수 있도록 돕습니다. 화가 너무 많이 나서 통제가 안 되는 듯하면, 평소에 즐기는 운동 등 신체활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4. 나만의 시간 갖기 : 화가 나는 상황과 잠시 거리를 두고 자신을 위한 조용한 시간을 갖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5. 해결책 생각해 보기 : 화를 야기하는 문제 상황 자체에 대해 생각을 집중하기보다는 어떻게 공정하게 바꿀 수 있을지 방안을 생각합니다.
6. ‘나’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기 : 상대방을 비난하면 관계의 갈등이 깊어집니다. “너 때문에”가 아니라 “나는 ~해서 속상해”라고 표현합니다.
7. 원한 오래 품지 않기 : 화가 긍정적인 감정을 압도하도록 방치하면, 그러한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에 계속 사로잡혀 있기 쉽습니다.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용서할 수 있다면, 오히려 나의 회복과 인격적 성장, 인간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됩니다.
8. 유머 활용하기 : 유머는 긴장된 상황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단, 냉소적인 유머는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합니다.
9. 이완 기법 연습하기 : 심호흡, 편안한 장소 상상하기, 평온을 느끼게 하는 단어나 문장 되뇌기, 편안한 음악 듣기, 일기 쓰기, 명상, 요가 등 평소에 마음 이완 훈련을 해두면 좋습니다.
10. 전문가 도움 받기 : 이상의 방법들을 실천하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화가 조절되지 않거나 관계를 해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화’ 바로보기
화는 단순히 “나쁜 감정”이 아닙니다. 불공평과 무시에 맞서 자기존중감을 지키고, 관계와 사회에 변화를 촉구하는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다만 이를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핵심입니다. 화를 억누르지도, 무작정 폭발시키지도 말고, 스스로 알아차려 적절히 다루고 표현할 때, 화는 나와 세상을 성장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 됩니다.
※ 본 글은 「감정의 심리학」_최기홍(2022)의 내용을 참고하여 수정 작성되었습니다.
◼ 슬픔의 다양한 기능
슬픔은 우리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감정이지만, 동시에 삶을 지탱하는 데 꼭 필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슬픔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면 기쁨도 느끼기 어려울 것입니다. 슬픔은 단순히 아픈 감정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흘리는 눈물은 상실을 해결해 주지는 못하지만, 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고, 그리움과 고통을 솔직히 드러내어 치유가 시작되도록 돕습니다. 결국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슬픔의 대상’이 아니라, 그 대상을 향해 생겨난 ‘슬픔 그 자체’입니다.
또한 슬픔은 타인과 마음을 나누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합니다. 누군가에게 속상한 일을 털어놓았을 때 상대가 “정말 힘들었겠다”라고 공감해 준다면, 그 순간 우리의 긴장은 누그러지고 고통은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는 말이 바로 이를 설명합니다.
연구들도 이러한 기능을 뒷받침합니다. 슬픈 음악에 감동하는 정도가 공감 능력과 관련 있다는 연구가 있었고, 호주의 사회심리학자 조셉 포가스는 슬픔이 사람을 더 겸손하고 배려 깊게 만든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행복한 영화를 본 사람들보다 슬픈 영화를 본 사람들이, 영화를 본 후 더 정중하게 말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슬픔은 단순히 개인의 감정에 머무르지 않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관계를 깊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슬픔은 자기 성찰을 돕습니다. 평소에는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슬픈 기분이 들 때에는 평소보다 냉철하게 상황을 바라보며 “혹시 내 잘못은 없을까?”라고 돌아보게 됩니다. 이는 반성과 개선의 기회가 되어 우리를 더 성숙하게 만듭니다.
◼ 슬픔을 대하는 태도
슬픔은 불편하고 아프기 때문에 우리는 흔히 피하거나 억누르려 합니다. 하지만 억압된 슬픔은 사라지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몸과 마음에 남습니다. 중요한 것은 슬픔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만 슬퍼해도 돼”라는 말보다 “많이 힘들겠구나, 충분히 슬퍼할 수 있어”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슬픔을 온전히 느끼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비로소 치유와 회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억누르지 않고, 흘려보내고, 나누고, 때로는 스스로를 다독이며 충분히 슬퍼하는 경험이 우리 삶을 더욱 단단하게 만듭니다.
※ 본 글은 「감정의 심리학」_최기홍(2022)의 내용을 참고하여 수정 작성되었습니다.
◼ 감정이 존재하는 까닭
감정은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신호 체계입니다. 우리는 종종 감정을 ‘나를 괴롭히는 것’이라고 여기며 불편해 하지만, 사실 감정은 우리를 지키고 살아가도록 돕는 중요한 자원입니다. 불안은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주며, 다가올 일을 대비하도록 우리를 움직이게 합니다. 두려움은 위험을 인식하고 피하도록 해주고, 슬픔은 상실과 아픔을 마주하며 회복할 시간을 가지게 만듭니다. 분노는 부당하거나 억울한 상황에서 “이건 바뀌어야 한다”는 신호를 주며 변화를 향한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이처럼 감정은 그 자체로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정이 없다면 우리는 위험을 감지하지 못해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고, 상실이나 고통에서 회복할 기회조차 얻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감정은 인간이 더 잘 살아가기 위해 자연스럽게 주어진 장치이자, 삶의 나침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감정을 없애거나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나에게 무엇을 알려주려 하는지 살피는 일입니다. 감정은 때때로 불편하지만, 그 속에는 내가 마주해야 할 과제와 변화의 단서가 담겨 있습니다. 감정을 적대시하기보다 “왜 이 감정이 지금 나에게 찾아왔을까?”를 묻는 순간, 감정은 더 이상 적이 아니라 나를 지지하는 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 포기하지 않는 감정
감정은 단순한 순간의 반응으로 생겼다가 쉽게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감정은 끝까지 우리에게 말을 걸고, 무시 당하거나 억눌리면 다른 방식으로 다시 떠오릅니다. 억지로 감정을 밀어내려 해도, 감정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존재를 드러내며 우리에게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있음을 알려줍니다.
예를 들어 불안을 억누르면 몸의 긴장, 두통, 불면 같은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분노를 억압하면 우울로 변하거나 무력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는 감정이 단순히 기분 차원이 아니라, 우리 삶에서 반드시 다루어야 할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감정이 포기하지 않고 남아 있는 이유는, 그것이 나를 지키려는 본능적인 힘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안은 “준비가 부족하다”는 신호일 수 있고, 분노는 “부당함을 바로잡으라”는 요구일 수 있습니다. 슬픔은 “충분히 애도하고 치유해야 한다”는 목소리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감정은 해결되지 않은 주제와 의미를 끝까지 붙들고 우리에게 알려주려 합니다.
따라서 감정을 피하려 하기보다 직면하고, 그 안의 메시지를 읽어내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감정을 마주하는 과정은 때로 불편하고 두렵지만, 그 순간을 지나야만 우리는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감정은 결코 우리를 방해하기 위해 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을 이어가도록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동행하려는 본능적 표현입니다.
◼ 옳지도 그르지도 않은 감정
우리는 흔히 어떤 감정을 느끼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거나 스스로를 평가하곤 합니다. “이런 일에 화내면 안 되지”, “이 정도로 슬퍼하는 건 이상한 거 아닐까”라는 식의 생각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감정 자체에는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감정은 우리가 의도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반응이기 때문입니다.
슬픔은 약함이 아니며, 분노는 악함이 아닙니다. 기쁨이 항상 좋은 것도 아니고, 두려움이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닙니다. 감정은 그저 ‘있는 그대로’의 현상일 뿐, 가치판단의 대상이 아닙니다. 문제는 감정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다루고 표현하느냐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분노를 폭력으로 표출하면 해로울 수 있지만, 부당한 상황을 바꾸려는 힘으로 전환한다면 사회적 정의를 세우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슬픔을 억누르면 회복이 지연될 수 있지만, 누군가와 나누면 관계가 깊어지고 치유가 시작됩니다. 두려움은 나를 움츠러들게 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위험을 예방하고 안전을 확보하도록 돕기도 합니다.
즉, 감정은 결코 옳지도 그르지도 않습니다. 다만 내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는 지가 삶의 질을 결정짓습니다. 감정을 부정하거나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할 때 우리는 비로소 감정과 협력할 수 있습니다. 감정이 전하는 메시지를 존중할 때, 감정은 나를 무너뜨리는 힘이 아니라 지켜주는 힘으로 변합니다.
※ 본 글은 「감정의 심리학」_최기홍(2022)의 내용을 참고하여 수정 작성되었습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정신건강 문제는 이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가까운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우울한 기분이 들 때마다 반드시 상담소나 병원을 찾아야 할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가볍게 느끼는 우울감, 일상의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기분 저하는 대부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으며,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회복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심리상담 전문가나 병원 진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 우울감으로 인해 회사나 학교 등 일상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
⦁ 수면, 식사, 위생 등 기본 생활이 무너진 경우
⦁ 무기력감이 지속되어 대인관계를 회피하게 되는 경우
⦁ 극단적인 생각이 반복되는 경우
예를 들어 직장인이 출근이 힘들 정도로 우울하거나, 학생이 자주 결석하거나, 주부가 일상 기능을 유지하지 못하고 계속 누워만 있다면, 이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물론 시험 성적이 떨어지거나, 연인과 이별하는 등의 일상적인 어려움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감정이며, 대부분의 경우 시간과 주변의 지지를 통해 회복됩니다. 하지만 이런 사건으로 인해 지나치게 무기력하거나 자책이 깊어지는 경우, 혹은 과거의 심리적 상처가 다시 떠오른다면 전문가의 상담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기분 전환 방법은 다양합니다. 친구와의 대화, 산책, 영화 감상, 음악 듣기, 운동, 명상 등 자신만의 방식이 있다면 그것이 곧 회복의 실마리입니다.
그중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방법은 다음 두 가지를 포함합니다.
⦁ 신체 활동 늘리기: 햇빛을 쬐며 걷거나 가벼운 운동을 하면 기분을 조절하는 신경전달 물질이 활성화되어 우울감이 줄어듭니다.
⦁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기: 문제 해결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위안과 정서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울한 기분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으며, 이는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다루는 것입니다.
만약 그 감정이 점점 깊어지고,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면 주저하지 말고 전문 상담기관이나 병원 진료를 받아보세요.
서울시광역심리지원센터(smpsc.or.kr)는 언제나 서울시민들의 마음 건강을 응원합니다.